18페이지 내용 : “시즌제를 운영하는 극장의 목표는 당 연히 레퍼토리를 축적하는 것이다. ‘시 즌’이라는 건 결국 우리가 이 시대에 관 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예술적 관점을 눈 에 띄도록 하는 마케팅 도구인 셈.”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이야기 처럼 제작극장의 힘은 단연 ‘레퍼토리’ 에 있다. 그런 점에서 2022년 5월 초연 해 2023년 재공연과 해외 공연, 그리고 2024년 재공연을 거듭한 일무 는 서 울시무용단과 세종문화회관을 대표하 는 레퍼토리라 할 수 있다.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 의식무인 일 안정적인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서울시무용단 〈일무〉 무대에 오른 로봇, 인공지능과 친숙해진 무대 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 은 초연 당시 한국무용으로는 이례적으 로 3천여 석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서 4회 공연하며 객석점유율 75%를 기 록해 화제가 됐다. 입소문을 타고 이듬 해 재공연은 4회 공연 중 3회가 매진을 기록했고 객석점유율 90.6%, 유료 객 석점유율 80.2% , 완성도를 한층 높인 작품은 뉴욕 링컨센터에 진출해 미국 공 연 전석 매진의 성과를 거뒀다. 2024년 들어 3년 연속으로 대극장 무 대에 오른 일무 는 그간 재공연을 거듭 하며 작품을 좀 더 정갈하게 다듬었고, 이로써 세종문화회관을 대표하는 레퍼토 리로 자리매김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익숙함과 낯섦의 충돌이 만든 동시대의 예 술의 전형. 글. 전윤혜 음악평론가 ©Studio79 16 GOOD-BYE2O24
19페이지 내용 : 로봇이 공연에 출연하는 일은 오래전부 터 왕왕 있었다. 다만 그 로봇이 ‘로봇’의 존재로 등장하느냐, ‘예술가’로서 무대 에 서느냐가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과 학기술의 발전과 인문학·예술의 교차 점이 깊어지면서 단순히 과학기술의 무 대 시연에 머무르는 작품, 화려한 과학 기술의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작품이 아 니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깊게 호흡하 는 공연이 국내 공연시장에도 점차 늘어 난 한 해로 기록된다. 은 MAiRA Pro S를 두고 “카리스마나 열 정이 있진 않지만, 완벽한 리듬을 유지하 고 음악가들에 대해 변덕스러운 감정 폭 발을 일으키지 않는다”라고 평했다. 로봇 지휘는 드레스덴 심포니 예술감독 마르쿠스 린트Markus Rindt가 오랫동안 품 은 꿈이다. 폴리리듬polyrhythm으로 구성 된 작품을 지휘하던 중 3/4박자의 클라 리넷과 5/8박자인 바순이 동시에 등장 할 때 한 파트만 지휘할 수밖에 없는 한 계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바 순 주자가 아무도 자신에겐 사인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자 린트가 “나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대답하면서다. 린트는 드 레스덴 공학대학 ‘인간 참여형 촉각 반응 인터넷 센터CeTI’ 전문가들과 협력해 이 번 공연을 완성했다. 그는 로봇에게 직접 지휘 동작을 가르쳤으며, 지난 2년간 더 욱 복잡한 동작으로 발전시켰다. 다만 물 리적인 팔의 섬세함 부분은 크게 개선됐 으나, 로봇 지휘의 단점인 소통 불가의 측면이 여전해 다음 개발 단계를 기다리 는 실정이다. 드레스덴 심포니는 로봇 지 휘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 간 지휘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음 악을 연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함께 읽기 드레스덴의 유연한 로봇팔 지휘자 2024년 10월 13일 독일 드레스덴에 새 로운 로봇 지휘자 MAiRA Pro S가 등장 했다. 세 개의 팔과 각자 다른 색상의 광 선이 나오는 지휘봉으로 구성된 로봇이 다. 각 팔에는7개의 관절이 있어 모든 방 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데, 덕분에 제스처 의 유연함이 지금까지 등장한 지휘 로봇 중 가장 섬세했다. 다만 팔만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 형상 로봇에 비해 이질감이 있었다. MAiRA Pro S가 오른 무대는 드레스덴 심포니Dresdner Sinfoniker의 창립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번 공연을 위한 위촉작 ‘반도체의 걸작Semiconductor’s Masterpiece’ 등을 지휘했다. 금관악기 연주자16명과 타악기 연주자 4명이 서로 다른 박자를 연주하는 작품이다. 세 파트로 나눠 앉은 앙상블은 각각의 지휘봉에 맞추어 교차 리듬을 만들어 나갔다. 영국의 ‘가디언’ ©David.Suenderhauf/Hellerau hall stage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