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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페이지 내용 : 에야 겨우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 리와 카타르시스는 이미 극장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객석 여기저기서 연 신 “복화술 너무 기대돼”, “○○도 잘한다 고 하더라”, “티케팅 하느라 죽는 줄 알 았다” 등등 저마다의 영웅담과 작은 화 면 속에서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질 거라는 부푼 기대감이 극장을 가득 채운 다. 그때, 무려 145분간 거대한 호흡으 로 흘러가는 뮤지컬 시카고 의 막이 오 른다. 과연 이곳에 모인 1,200여 명 관 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 어떤 마음을 가 지고 집으로 돌아갔을까? 누군가는 작 품 속을 유영했을 테지만, 또 다른 누군 가는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으로 이 공 간을 벗어나고 싶진 않았을까? 극 중 변호사 빌리 플린이 내연남을 죽 인 록시 하트를 변호하는 과정을 복화 술로 표현한 ‘We Both Reached For The Gun’이라는 장면에서 빌리 플린 역할을 맡은 배우는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 고 노래를 부른다. 우스꽝스럽지만 기 인처럼 복화술을 소화해내는 배우를 보 며 환호할 수밖에 없었을 터. 이후 뮤지 컬 시카고 는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 며 흥행을 이어나갔다. 비단 쇼트폼 마 케팅으로 흥행한 작품은 시카고 뿐만 아니다. 뮤지컬 난쟁이들 역시 쇼트 폼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코미디 장르 특성상 돌발상황에서 발생 하는 배우들의 애드리브와 관객의 폭소 가 버무려진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 록했다. 난쟁이들 은 이례적으로 연장 공연까지 결정했고, 중고 거래 플랫폼 에서도 웃돈을 얹어 난쟁이들 티켓을 구한다는 게시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 다. 서울시뮤지컬단 역시 세로 형태의 쇼트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관객들 이 공연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하게 했다. 이쯤 되면 공연 제작사들은 자연스레 생 각한다. “아! 이게 되는구나.” 그래서 너 도나도 할 것 없이 짧은 클립 영상을 풀 고, 하나의 영상만 터지길 기다린다. 하지만 공연의 맥락과 동떨어진 무분별 한 쇼츠 생산이 실제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간과하는 경우도 더러 보인다. 어그로 관심을 끌 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 와 낚 시를 통해 관객의 티켓 구매를 끌어낼 수 있지만 막상 공연을 보는 관객이 기 대한 바와 전혀 다른 공연을 보게 된다 면? 쇼트폼에 등장한 1분 남짓한 장면 을 보기 위해2시간 넘는 시간을 ‘참아내 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관객은 극장 문을 나서는 그 길로 영영 극장이라는 공간을 다시는 찾지 않을 수도 있다. ‘재 미’만 추구하는 영상과 ‘공연이 전할 수 있는 재미’를 가공해서 전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관객 역시 쇼트폼으로 노출되는 하나의 장면이 공연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공연 속 개 별 장면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인물과 사건을 담아낸다. 그리고 장면 의 흐름으로 쌓인 거대한 정서의 파도가 관객의 정서와 비로소 연결된다. 결국 공연예술은 여러 장면이 유기적으로 결 합돼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예술 이다. 즉 관객은 ‘1분’ 남짓한 장면에 이 끌려 거대한 이야기의 바닷속으로 뛰어 들지만, 나머지 144분을 채워나가는 것 은 무대라는 공간을 매개체로 이어지는 관객과 배우의 기다란 호흡이라는 사실 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관객이 극장 이라는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두 손으로 건져 올린 한 움큼의 바닷물 이 아니라 바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을 맞아 프랑스에선 문화예 술 교류 프로그램으로 2024 코리아시 즌이 진행됐다. ‘코리아시즌’은 해외에 서 일정 기간 한국의 문화예술을 집중적 으로 소개하는 국제 문화 교류 사업이 다. 올림픽과 맞물린 이번 코리아시즌 은 6개월 2024년 5-11월 이라는 긴 여 정, 국내 협력 문화예술기관·단체 17곳 이라는 이례적인 수를 기록했다. 프랑 스 정부는 올림픽 전후 개최되는 문화예 술 프로그램을 심사해 파리 시민과 관광 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할 프로그 램에 ‘문화 올림피아드 라벨’을 부여했 국가 간 악수에서 문화예술 교류로, 프랑스에서 열린 코리아시즌 글. 전윤혜 음악평론가 22 GOOD-BYE2O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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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페이지 내용 : 문화예술 저작권, 논의에 그치지 않으려면 K콘텐츠의 위상이 올라가고, 최근 생성 형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이 발전하는 등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저작권 현안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 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비롯해 관련 부처 차원에서 새로운 쟁점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는 2010년 대 후반부터 지속해온 공연예술 표준계 약서 도입, 공연장 대관 표준계약서 제 정 등 예술인의 복지와 공정한 보상 체 계를 강화하는 여러 방면의 노력과 더불 어 문화예술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에 함 께 호흡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공연 예술계가 상생하고 꾸준히 시대의 변화 에 맞춰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논의가 탁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과 깊 이 있게 호흡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는데, 코리아시즌도 이 라벨을 받았다. 5월에는 올림픽의 브레이킹 정식 종목 채택을 기념하며 샤틀레 극장에서 한국 과 프랑스의 브레이킹 댄스 배틀 어반 펄스 업라이징Urban Pulse Uprising 이 열렸 다. 이어 6월 오페라 코미크에는 국립오 페라단·국립심포니·국립합창단이 함 께한 창작오페라 처용 이 무대에 올랐 다. 현지 매체 ‘레무지카Les Musica’는 “K 팝, K푸드, K영화에 이어 K오페라 열풍 의 시작인가?”라고 논하며, 처용 을 “한 민족이 자신의 예술 분야의 코드를 마스터하고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확신의 일부인 작품”이라 평했다. 올림픽 기간 열린 ‘코리아하우스’도 코 리아시즌의 맥락 안에서 진행됐다. 코 리아하우스는 올림픽 대회 기간 선수단 을 지원하고 스포츠 외교 거점으로 쓰는 공간이지만, 올해는 K콘텐츠 홍보 목적 을 더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됐다. 국립발레단 7월 , 한국-프랑스 청소년 합동 무용 공연 8월 , 발달장애인 단체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연주 9월 등이 열렸다. 올해의 문화 교류는 곧 다가올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행사의 가이 드라인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이미 샤 틀레 극장 측은 ‘어반 펄스 업라이징’과 같은 공연을 2026년에도 기획해줄 것 을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Korean National Balletl ©대한체육회 trend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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