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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페이지 내용 : 연극이 극장 밖 현실과 접속할 때 글. 이주영 연극평론가 서울시극단 퉁소소리 2024 ⁄ 11 ⁄ 11-11 ⁄ 27 | 세종문화회관M씨어터 36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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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페이지 내용 : 부유하듯 떠돈다. 어디 한군데 발 딛고 서 있기 힘들다. ‘그저’의 삶조차 허락하 지 않는, 한 개인이 누릴 ‘응당의 일상’을 풍파로 내모는 가혹한 현실이다. 최척 박영민 분 과 옥영 정새별 분 의 인생이 그러하다. 고선웅이 각색·연출한 퉁소 소리 는 한문 소설 ‘최척전’ 작 조위한 의 각색작으로, 임진왜란부터 명·청 교 체기까지 약 30년간 파란만장한 세월 을 부딪치고 버텨내온 이 둘의 삶을 무 대화한 작품이다. 이처럼 시놉시스를 통해 확인되는바, 전란의 횡포는 이 둘 의 관계를 하나가 아닌 사이로 멀어놓게 하였으며, 그 틈에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빼곡하게 채워놓는다. 왠지 단 몇 줄로 이 둘의 인생과 이 작품 을 서술하는 게 지나치게 간명하다는 생 각이 든다. 이는 퉁소소리 무대를 가 득 채운 묵직한 사유 거리와 연극적 즐 거움 때문일 터다. 푸르른 날에 , 조 씨고아, 복수의 씨앗 , 변강쇠 점 찍고 옹녀 , 홍도 등 비평적 응답과 대중적 호응 모두를 성취한 연출가 고선웅 서 울시극단장 에 대한 신뢰는 이번 작품 감정까지 그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노최 척의 임무는 또 다른 겹을 만들어낸다. 공연 후반부에 노최척이 이 작품의 원작 자인 조위한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최 척과 옥영은 자신들이 그간 겪은 삶의 파고, 그 과정에서 관계한 여러 민초들 의 삶을 조위한에게 말하고, 퉁소소리 는 이 둘이 풀어낸 미시사를 노최척을 통해 무대화한다. 비록 본 작품이 작가 의 상상력에 의해 구성된 이야기이긴 하 지만, 이들은 임진왜란·정유재란 등 거 시사의 현장에서 분명히 존재했으나 잊 힐 위기에 놓인,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처참한 현실에서 단단한 생명력을 지닌 가치 존재로서 역사를 구성해나가는 한 개인으로서 무대에 오롯하게 발 딛고 서 있다. 그런 점에서 노최척으로 분한 조 위한의 기록을 담은 퉁소소리 는 극장 밖 현실과 접속하는 동시에 연극으로서 역사 기록의 미덕을 실천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최척과 옥영의 행복은 잠시뿐이었다. 끊이지 않는 전쟁의 연속으로 인해 함께 한 순간보다 이별한 시간이 많다. 이 이 별의 고통은 시간에 한정하지 않는다. 전란에 의한 이들의 고초는 끝없이 월경 한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 심지어 베트 남으로까지 떠밀 듯 이동한다. 퉁소소 리 는 이러한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무대를 특정 지역으로 고정하지 않 고 비워놓는다. 이러한 텅 빈 무대는 무 대 활용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그러했던 당시 민 초들의 위태로운 삶을 드러낸다. 아울 러 퉁소소리 는 이러한 영민한 무대 해 석과 함께 당시 민초들이 겪은 고통의 매 순간과 처참한 삶의 실제를 녹음이 아닌 라이브 연주로 청각화한다. 퉁소소리 는 최척과 옥영, 그리고 이 들과 함께한 민초들의 삶을 좌절로만 끝 내지 않는다. 최척과 옥영의 부유하는 삶은 베트남에서 만나는 기적을 만든 다. 이 둘은 그곳에서 둘째 아들 몽선 최 아론 분 을 낳아 다시 부부의 연을 이어 나간다. 그리고 몽선은 성인이 되어 임 진왜란 때 조선에 출전한 아버지 진위경 이원희 분 을 잃은 베트남 여성 홍도 최 나라 분 와 결혼하며 한 가정을 이룬다. 오랜만에 느끼는 ‘일상의 행복’이다. 하 지만 이 행복은 최척이 명과 청의 싸움 에서 명군으로 출전하게 되면서 다시금 좌절을 맞이한다. 그리고 최척은 이 전 쟁에서 청군의 포로로 잡히게 된다. 작 품은 여기서 또 한 번의 기적을 보여준 다. 포로로 잡힌 그곳에서 최척은 그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첫째 아들 몽석 윤 준호 분 과 재회하고, 이 둘은 포로수용 소에서 탈출해 홍도의 아버지인 진위경 과 연을 맺는다. 한편 베트남에 있는 옥 영은 남편을 찾기 위해 그의 아들·며느 리와 함께 조선행을 감행한다. 삶은 이처럼 이들에게 녹록지 않았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허나,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생의 의지, 이 생명력은 이 들을 비로소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다 시금 일상의 행복을 찾게 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금/여기의 극장 밖은 최 척과 옥영이 버텨온 그곳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함을 버티고 있는 우리네의 삶이다. 그런 점에서 퉁소소리 는 우 리에게 힘주어 말하는 응원과 지지의 소 리로 들려온다. 최척과 옥영에게 일어 났던 기적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 에서도 부디 실현되기를, 그러기 위해 생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기를, 지난하 고 부조리한 현실과 당당히 마주하기를 말이다. 을 통해 더욱 공고해진다. 그러하기에 관람 전 다소 길게 다가온 2시간 30분 이라는 공연 시간이 마냥 짧게, 한편으 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쉽게 만 느껴진다. 퉁소소리 는 여러 겹을 만들며 전개된 다. 작품 전개의 큰 틀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노년의 최척 이호재 분 은 극 밖의 해설자 역할을 담당하며 작품의 주된 이야기이자 극 안에 있는 젊은 날 의 최척과 옥영의 삶으로 관객을 안내한 다. 그런데 노최척은 등장인물이자 해 설자로서만 관객 앞에 서지 않는다. 극 의 시작을 알리는 그는 노최척이라는 인 물로 이동하기 전 배우 이호재로서 자신 을 소개한다. 본 공연을 관람하기 전부 터 기대하게 만든 요소이기도 한 이호재 배우와 그의 연기, 이러한 실제 및 현실 의 전경화는 향후 전개될 이야기로서의 그때/거기의 허구를 지금/여기의 극장 밖 삶과 접속시킨다. 즉, 무대 안에서 펼 쳐질 역사적 시간은 고정된 시공간에 머 무는 것이 아닌 현실을 응시하며 사유하 게 한다. 극 안의 이야기가 젊은 최척의 삶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인 옥영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심지어 옥영의 삶 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세세한 review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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