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페이지 내용 : 2OO7 존 크랭코 발레학교 졸업 2O12 코다츠 로테르담 학사 졸업 마르세유 발레 종신 솔리스트 2O17 비스바덴 발레 솔리스트 2O22 로이파나 대학 석사 졸업 2O24 서울시발레단 Bolero 24 , 한여름 밤의 꿈 출연 서울시발레단24-26 시즌 무용수 성균관대학교 무용학부겸임교수
57페이지 내용 : 클라라를 향한 열렬한 연애가 결실 을 보던1840년, 아마도 슈만의 생애 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기에 작곡된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은 그의 수 많은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힌 다. 평탄하지 못한 사랑의 시간을 견 뎌낸 예술가의 자아에서 비롯한 감 정의 소용돌이와 전에 없던 경향이 물씬 드러나는 음악, 그중 제4곡 ‘그 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노라면Wenn ich in deine Augen seh’에선 행복이 절정에 다다른 시인의 감정이 폭발한다. 안무가 주재만이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한여름 밤의 꿈 2024을 위해 선택한 작곡가는 슈만이 었다. 개중 기악곡만 아니라 인성으 로 호소하는 가곡을 다수 선곡해 다 채로운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고자 한 것. 시인의 사랑 에서도 가장 사 랑스러운 이 곡은 ‘사랑 이야기Tales of Love’라 이름 붙인 2막 중반부 ‘방The Room/I love you’ 장면에 등장한다. 남녀 무용수의 파드되와 함께. 서울시발레단의 시작과 함께했어요. 창 단 사전 공연에선 이루다 안무 Bolero 24 에 출연했고, 이어 주재만 안무가와 의 신작에도 참여했고요. Bolero 24 는 한국에서의 첫 작품 활동이다보니 춤이 보여주는 결에 집중했어요. 제 춤이 너무 튀거나 함 께 작업하는 무용수들과 결이 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조화를 이 루는 데 집중했죠. 그런데 작업 과정 에서 이루다 선생님이 제가 플로fow 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독특해서 좋 다고 하시더라고요. 연습 기간은 짧 았지만, 무용수들과의 분위기가 너 무 좋아서 즐겁게 작업했어요. 주재 만 선생님은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 이었죠. 스텝을 주고는 제가 어떻게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시더라고요. 틀려도 지적하기보다는 어떻게 수정 해나가는지 보셨어요. 오히려 말씀 이 너무 없으시니 저로서는 좀 불안 하긴 했고요. 웃음 디렉팅을 할 때 도 테크닉이나 라인보다 춤의 에너 지와 감정선을 중요하게 이야기하셨 어요. 춤출 때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 고도 알려주셨죠. 저도 선생님을 믿 고 춤췄고요. 해외에서 오래 활동하셨어요. 한국 무용 수들과의 발레단 생활은 처음이죠. 무용수들의 습득력이 굉장히 빠른 것 같아요. 지난 시즌 무용수 오디션 당시 해외 안무가의 워크숍이 있었 는데, 둘째 날이 된 무용수들의 움직 임이 눈에 띄게 편안해지더라고요. 해외 어느 무용수들보다 새로운 것 을 받아들이는 게 무척 빨라요. 클래 식 발레 기본이 탄탄해서 훨씬 더 유 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닌가 생 각해요. 시즌 무용수로 서울시발레단과 새로운 해를 보낼 텐데요. 어떤 춤을 추리라 기 대하나요. 발레의 기본에서, 발레라는 토대에 서 한껏 확장하는 한 해가 될 것 같아 요. 서울시발레단은 클래식 발레의 기본이 정말 탄탄한 무용수들로 움 직이고 있어요. 이들의 몸에서 발현 될 확장성은 컨템퍼러리 댄스를 추 는 분들이 보여주는 확장성과는 또 완전히 달라요. 모던 발레든 컨템퍼 러리 발레든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 의 몸을 통해 완성될 그림이 기대돼 요. 함께하는 무용수들의 열정이 엄 청나거든요. 무용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인데, 발레리 나의 연륜은 어떤 자산이 되고 있나요. 몸을 쓰는 게 점점 더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언제나 학교 혹은 단체에 소 속돼 있었기에 아침마다 발레를 해 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 아왔거든요. 클래식 발레와 컨템퍼 러리 발레, 또 다양한 춤을 동시에 안 고 가니 어떤 춤을 춰도 이질감이 느 껴지지 않아요. 자연스레 몸의 회복과 탄력성이 떨어질 텐데, 그럼에도 ‘편안해진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그간 춤춰온 시간이 있으니, 동작을 수행하는 데 저만의 힘과 요령이 생 기죠.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또 한국으로… 다 양한 춤을 경험한 시간을 토대로 오늘날 ‘발레’란 어떤 예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 을까요. 발레는 항상 틀이 명확하게 잡혀 있 는 예술이에요. 역사가 길고, 시대에 맞게 변화하면서도 그 틀을 명확하 게 유지하고 있죠. 요즘은 더 많이 유 연해지고, 더 넓게 확장하고 있지만 발레가 가진 기둥은 여전히 탄탄하 고 단단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 2000년대 초반, 아주 이른 나이에 러시아 페름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저는 발레를 좀 늦게 시작한 편이에 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때 전공 을 결정했죠. 본가가 부산인데, 러 시아 발레학교 선생님이 특강을 오 신 적이 있었어요. 6학년 때였을 거 예요. 한창 발레가 좋아서 뭣도 모르 고 춤에 푹 빠져 있던 때에 그 선생님 이 유학을 제안하신 거죠. 그런데 부 모님이 적어도 초등학교는 졸업하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중학교 1학년 때 러시아로 가게 됐어요. 첫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안 나 요. 너무 좋았는데, 동시에 너무 힘들 었거든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 지 발레만 했죠. 살도 많이 빠지고 향 수병도 생겼는데,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어요. 하루 종일 발레 하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졸업한 뒤 발레단에 입단하지 않고 독일 로 거취를 옮겼는데요. 졸업 학년에 바가노바 발레학교에서 오디션을 보기로 한 상태였어요. 그 런데 그 겨울에 독일 베를린에서 열 린 탄츠올림프Tanzolymp 콩쿠르에 참 가했다가 상을 받으면서 슈투트가 르트 발레에서 온 교장 선생님과 만 나게 된 거죠. 그분의 추천으로 존 크 랭코 발레학교John Cranko Schule로 가 게 됐어요. 러시아에서 4년 넘게 있 긴 했지만 우선은 다른 나라에 한 번 쯤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다른 스타일도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작 슈투트가르트에서 심하게 슬럼 프에 빠졌죠. 선생님이 집까지 찾아 오셔서 무슨 일 있냐고 걱정하실 정 도였으니까요. 러시아에서 발레 테 크닉을 전부 마스터했다고 생각했는 데, 슈투트가르트에서 다시 맨발부 터 시작하려니 답답하고 힘들었던 거죠. 그럼에도 캐릭터 댄스라든지, 모던 발레라든지 슈투트가르트 발레 의 강점인 드라마 발레를 배운 건 무 척 좋았다고 생각해요. 독일에서 2년을 보내고 네덜란드로 방 향을 돌렸어요.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암스테르담 에 좋은 오픈 클래스가 많거든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ederlands Dans Theater에서 수업도 듣고요. 물론 존 코랭코 발레학교에서도 졸업하고 1년만 머무르면 입단 기회가 올 거 라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내심 떠나 고 싶었거든요. 네덜란드에서 경험 한 발레 수업은 또 너무나 달랐어요. 분위기와 환경 자체가 달랐죠. 그곳 에서는 저만 클래식 발레를 하는 학 생 같았어요. 그들은 타이즈와 레오 타드가 아니라, 트레이닝 바지를 입 거나 양말을 신고, 편한 티셔츠를 걸 쳐 입고 춤추더라고요. 저도 자연스 레 그 환경에 어울리게 변화한 것 같 아요. 힙합·재즈·캐릭터 댄스·레퍼 artist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