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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페이지 내용 : 세종문화회관 후원회와의 인연이 궁금 합니다. 구자겸 후원회장님과 친구 로 오래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비슷 한 분야에서 함께 일하며 뜻을 모았 지요. 어느 날 구자겸 회장이 세종문 화회관 후원회에 함께하지 않겠냐 고 묻기에 바로 수락했습니다. 개인 적으로 세종문화회관이 뜻깊은 장소 이기 때문입니다. 1989년 무렵, 성 가대원으로 이곳 무대에 선 적이 있 거든요. 그 후로 세종로를 지날 때마 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뛰 곤 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이제는 후 원자로 세종문화회관을 오가고 있으 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으시다고 들었습 니다. 음악은 제게 어린 시절부터 가 까운 친구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많은 클래식 음악이 기독교에서 태 동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자연스럽 게 클래식 음악을 익혔고, CD로 된 전집을 모으던 기억도 납니다. 예전 에는 ‘잠잘 때 듣는 클래식’, ‘공부할 때 듣는 클래식’처럼 주제별로 곡을 모은 앨범이 많았거든요. 일상 속 배 경음악처럼 클래식 음악을 듣다보니 정작 그 곡을 쓴 작곡가가 누구인지 모를 때도 많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그와 관계없이 편안하게 클래식 음 악을 접했기에 지금까지 음악 자체 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던 게 아닌지 생각도 듭니다. 청소년기에는 학교 과 어울려 말썽깨나 부리는 대학 시 절을 보냈습니다. 마침, 나라에서 말 안 듣는 청년을 데려다 해외 대학 탐 방을 보내더라고요. 독일과 영국·프 랑스를 한 달간 돌았습니다. 어느 날 옥스퍼드대에 갔는데 어디선가 오케 스트라의 연주가 들리더군요. 다른 학생들에게 여기에 음악대학도 있냐 고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고 음악 동 아리라고 하더라고요. 유럽 사람들 은 어린 시절부터 악기를 하나씩 배 우며 자라 동아리 규모로 오케스트 라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도 흔하다 고 했습니다. 그것이 1978년 일입 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려 운 풍경이지요. 저는 그때 처음 문화 의 차이를 느꼈습니다. 이런 게 선진 국이구나 싶었죠. 오늘날 선진국으 로 불리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과 단절은 어디서 오는 것 일까요? 또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요? 저는 ‘음악’과 ‘연대’에서 답을 찾 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서 위 로를 얻고, 문화예술로 자신을 표현 하며 살아간다면 미래의 풍경은 달 라질 것입니다. 합창이나 합주 등 함 께하는 음악의 힘은 더욱 그렇습니 다. 사회 전반에 갈등이 극심한 현시 점에서, 새삼 미래세대에 문화예술 적 바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 히 느끼곤 합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개인 차원의 문화예술 후원이 확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 할까요? 개인적으로 세종문화회관 에서 진행하는 ‘천원의 행복’ ‘누구나 클래식’ 프로그램을 참 좋아합니다. 전통예술·무용 등 수준 높은 공연을 시민 누구나 천 원에 관람할 수 있도 록 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저는 후원이나 기부에도 이처럼 대 중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플랫 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 로 활동이 활발하고 좋은 일에 동참 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온라인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 는 후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적극적 으로 알린다면 보탬이 되리라 생각 합니다. 작은 힘도 모이면 결국 큰 힘 이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나 참 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소액 후원 문화는,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고 자 하는 연대감을 조성합니다. 문화 예술을 쉽게 접하고, 자연스럽게 후 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 생 각합니다. 물론 그전에,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이 더 내놓으려는 마음가짐이 선행돼야 하겠지요. 세종문화회관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 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기 위해 바라 는 점이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금 모습 자체로도 건축·역사적 의미가 큰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장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영상이나 음 향, 무대 장치 등에 조금 더 신경 쓰며 내실을 잘 다지기를 바랍니다. 관객 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 예를 들면 오 래된 의자나 휴식 공간 등을 정비한 다면 좋겠지요. 무엇보다 오랜 시간 더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가능하다면 세 종문화회관 바깥까지 확장하기를 바 랍니다. 광장에서, 지하철 역사에서, 나아가 학교에서도 세종문화회관의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봅니다. 누구나 찾아 오고 싶은, 모두의 추억 속에 존재하 는 모두의 세종문화회관이 되면 좋 겠습니다. 합창단원이나 성가대로 활동하며 함 께 부르는 ‘음악의 즐거움’을 느꼈습 니다. 노래가 서툴러 입만 벙긋거리 던 시절도 있었는데, 돌아보니 테너 로 40년간 성가대를 지켰네요. 저는 음악도 독주보다는 합주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함께 만드는 선율에서 큰 울림을 느끼거든요. 세종문화회관 외에도 문화예술 후원을 이어가고 있으시지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예술 인재를 키우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교회를 다니다보면 어려 운 상황에서도 예술가의 꿈을 키우 는 친구들을 많이 만납니다. 한 번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예일대에 진학해 석사 학위까지 마쳤지만, 그 다음 상황이 막막한 첼리스트의 박 사 과정 등록금을 지원해준 적이 있 었는데요. 우스갯소리로 제가 ‘첼로 박사’를 만들었다며 자랑도 했습니 다. 언젠가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하 는 친구에게, 나에게는 갚지 않아도 괜찮으니 언젠가 도움이 필요한 후 배를 만나거든 손을 내밀어 달라고 말했지요. 제 작은 보탬으로 꿈을 이 루는 미래세대를 지켜보는 일만큼 뿌듯한 경험이 또 있을까요? 이밖에 교회에 청년 작가의 전시 공간을 마 련하거나 오케스트라를 후원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미래세대 후원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 미래세대를 키우는 예술적 연대 이진태 세종문화회관 후원회 감사 글. 박채림 ‘세종문화N’ 에디터 사진. Studio Kenn 58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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