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페이지 내용 : 1991년 개관해 359편의 작품을 기획· 제작하며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으로 33년간 공연예술인의 성장 터전이자 관 객의 삶에 함께한 한국 공연문화의 못자 리 ‘학전 소극장’. 단연 대학로를 대표하 는 극장인 이곳은 민중가요로 잘 알려 진 가수 김민기가 개관해 이끌어온 곳이 다. 크게 성장할 예술가의 디딤돌 구실 을 하겠다는 뜻에서 ‘못자리 농사를 짓 는 곳’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붙였다. 학전은 초창기 개관한 극장을 ‘학전블루 소극장’으로 두고 1996년에는 ‘학전그 린 소극장’을 열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초기에는 가수들에게 무대를 열어주며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흥행시키는가 하 면, 이후 뮤지컬·연극을 자체 제작하며 또 다른 장을 열었다. 1994년 초연한 뮤 지컬 지하철 1호선 은 우리 공연사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학로 공연 생태계가 점차 쇠하 면서 학전 역시 어려움을 겪었고, 팬데 믹 이후에는 재정난에 시달렸다. 어려 운 가운데서도 김민기 대표의 의지로 이 어져왔으나 결국 창립 33주년을 맞는 3월15일 폐관을 결정했다. 그러나 학전이 역사의 뒤안길로 남을 수 없기에, 한국예술위원회가 이 공간을 이어받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터 전 역할을 해달라”는 김민기 대표의 뜻 을 잇기로 했다. 이에 대국민 공모와 투 표를 통해 ‘아르코꿈밭극장’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고, 공간의 기존 정체성 에 부합하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창 작의 장’이자 젊은 뮤지션을 위한 공간 으로 재탄생했다. 어린이의 꿈이 움트고 자란다는 의미를 담은 아르코꿈밭극장은 7월 17일 개관 식을 열고 특별 공연인 판소리 그림자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 를 무대에 올렸다. 그달 말, 건강이 악화하며 세상 을 떠난 김민기 대표의 발인식 또한 이 곳에서 치러졌다. 학전의 터전에서 아르코꿈밭극장이 싹트다 ©ARKO 06 GOOD-BYE2O24
9페이지 내용 : 진은숙,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 2024년 1월, 작곡가 진은숙이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 트 폰 지멘스 음악상Ernst von Siemens Music Prize 수상자로 결정됐다. 아시아인으로 처음이다. 1973년 창설된 이 상은 클래 식 음악 작곡·지휘·기악·성악·음악학 분야를 통틀어 매년 1명에게 수여한다. 첫 수상자인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이 후 올리비에 메시앙·피에르 불레즈, 지 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레너드 번 스타인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수상했 다. 선정 기준은 인류 문화에 대한 기여 도. 주최 측은 “진은숙은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등 성공 적인 작품으로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 고 많은 청중에게 영감을 선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진은숙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 울대학교 작곡과에서 강석희를, 함부르 크 음대에서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를 사 사했다. 2004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라베마이어상Grawemeyer Awards을 받 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대표작으 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07,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 위촉 관현악곡 ‘코로스 코르돈Chorós Chordón’2017, 소프 라노 바버라 해니건과 초연한 ‘사이렌 의 침묵Le Silence des Sirènes’2015, 롯데콘서 트홀 개관 작품인 ‘별들의 아이들의 노 래’2016 등이 있다. 작품은 전통적인 선율과 화성을 배제하 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기 때문 에 청중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동 시에 복잡하고 도전적이다. 서로 다른 질감이 다성적으로 변주되며 관현악적 생동감을 만든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발매한 진은숙-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협업 10주년 기념 음반2005, 서울시향 이 녹음한 ‘진은숙 3개 협주곡’2014, 베를 린 필의 ‘진은숙 에디션’ 음반 세트2024 등에서 엿볼 수 있다. 한국 대표 작곡가로서 진은숙은 2006- 2017년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를 기획, 한국 현대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오늘의 음악Music of Today’ 예 술감독으로 오래 활약했으며, 현재 통 영국제음악제와 대만 웨이우잉국제음 악제Weiwuying International Festival의 예술감 독을 맡고 있다. 지멘스 음악상 수상 이 전에는 쇤베르크상2005, 모나코 피에르 대공 작곡상2010, 호암상 예술상2012, 핀 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 뉴욕 필 선 정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2018, 독일 바흐 음악상2019, 덴마크 레오니 소닝 음 악상2021 등을 석권한 바 있다. 이러한 진은숙의 입지는 한국의 음악, 여성 작 곡가라는 배경이 아니라 오로지 음악으 로 정면 돌파해 오른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글. 전윤혜 음악평론가 ©Ernst von Siemens Music Foundation issue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