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페이지 내용 : interval 기댈 수 있는 자유 서사에 의한 필요가 아니라면 무대에 등장한 후로는 앉을 수 없는 발레의 운명 때문일까? 모던발레 시기의 많은 작품에 오브제로써, 혹은 기능적인 용도로써 의자가 등장하곤 한다. 무대 위에 놓인 의자는 그 자체로 장식이 돼 질서 혹은 무질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오브제에 신체 일부분을 의지한 무용수는 그렇지 않을 때와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무용수의 유동적인 몸과 안정적인 오브제가 엉키면 춤에 변주 혹은 휴지가 생겨나고, 그 간격을 조정하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6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Studio79
15페이지 내용 : ‘컨템퍼러리 발레’라는 화두를 제시한 창단 원년을 지나 2025년, 서울시발레 단은 한층 더 넓어진 시선으로 ‘새로운 발레’ 작품을 선보인다. 시즌 개막작이자 서울시발레단 첫 작품은 혁신적인 안무의 아이콘, 오하드 나하린 의 데카당스Decadance 03∕14-03∕23 다.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을 모은 콜 라주 형식의 공연으로, 서울시발레단만 의 버전으로 7편을 새롭게 엮어 무대를 선보인다. 그만의 움직임 언어인 ‘가가’ 를 통한 독창적인 안무 세계를 경험할 기회이자, 서울시발레단의 새로운 시즌 무용수들의 탄탄한 앙상블과 개성을 만 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어 5월에는 ‘무용계 아카데미상’으 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안무가상을 수상한 요한 잉거의 워킹 매드Walking Mad 와 블리스Bliss 05∕09-05∕18 두 작품을 아시아 초연 으로 선보인다. 라벨 ‘볼레로’와 키스 재 럿 ‘쾰른 콘서트’ 같은 상징적인 음악 위 에 펼쳐낸 그의 안무에는 인간의 본질적 인 감정을 탐구하는 과정의 기쁨과 우 울, 유머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8월에는 유회웅의 노 모어No More 와 한스 판 마넨의 파이브 탱고스5 Tango’s 08∕22-08∕27 를 더블 빌로 선보인다. 지난 시즌 초연한 안무가 유회웅의 작품 은 새로운 에너지를 더해 서울시발레단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무력한 오늘을 넘어 내일로 내달리는 무용수들 에게서 장르를 넘어선 드라마를 느낄 수 있을 것.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 파이브 탱고스 는 그가 ‘첫눈에 반했다’고 표현 하는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에 섬세하면 서도 강렬하게 발레 움직임을 조화시킨 작품이다. 안무가 특유의 정교함과 리 듬감을 절감할 수 있다. 서울시발레단 2025 시즌을 마무리 하는 공연은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 레Kammerballett 와 허용순의 언더 더 트리스 보이스Under The Trees’ Voices 10 ∕30-11∕02 더블 빌이다. 한스 판 마 넨 스타일의 정수라고도 칭하는 캄머 글. 지혜진 세종문화회관 발레제작팀 장르 경계를 넘는 유연한 움직임 서울시발레단 발레 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관객 과 만난다. 간결한 피아노 선율과 그 위 를 딛는 무용수들의 단정하고도 단단한 걸음만으로 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설 명할 수 있다. 허용순의 작품은 이탈리 아의 작곡가 겸 지휘자 에치오 보소Ezio Bosso의 동명 교향곡2017을 세심하게 활 용한 작품으로, 초연 당시 빠르고 역동 적인 움직임이 음악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평을 받았다. 발레에서 음악 은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발을 디디는 토대가 되는데, 두 작품을 통해 관객은 발레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감각을 새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즌 무용수 18명과 함께 빈 국 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 영국 국 립발레단 수석무용수Lead principal 이상 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가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합류한다. 갈라 공연이 아닌 한 편의 작 품으로 세 무용수와 만나는 귀한 무대가 될 것이다. 2025 시즌은 세계적인 안무가의 대표 작과 국내 안무가의 다양한 시도가 어우 러지는 한 해다. 정의나 설명보다도 직 접 감각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감상이 될 것이다.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 나드는 서울시발레단의 시즌 라인업을 통해 관객 각자의 감각으로 ‘새로운 발 레’를 발견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object n repertory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