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페이지 내용 : SBS 예능 좋은 세상 만들기 중 ‘고향에서 온 편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좋은 세상 만들기 프로그램 속 코너로 시골 어르신들의 일상을 다뤘다. 그중 자녀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가 큰 인기를 얻었다. “전 그게 클라 운clown의 진수라고 생각해요. 그냥 정자세로 서서 자식들에게 이야기하는데, 두 분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지만 그게 또 통하거든요. 그분들이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건 아 니에요. 하지만 어색한 모습과 말에 담긴 마음의 묘한 차이가 그 자체로 너무 웃겨요.” ‘맹진사댁 경사’ 1943년에 발표된 극작가 오영진의 작품으로, 딸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 닝을 담았다. “‘맹진사댁 경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희극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때 이 작품을 연출하고 졸업했는데요. ‘맹진사댁 경사’를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 형식으로 만들었어요. 당시 김우옥 선생님께서 셰익스피어 ‘말괄량이 길들이 기’를 코메디아 델라르테로 풀어낸 공연 테이프를 보여주셨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아무것도 없는 링 같은 무대에서 약속으로만 이뤄진 방식이었어요. 양쪽에 광대들이 있고, 음악도 연주하고. 당시에는 학생이었으니까 테이프에서 본 온갖 테크닉을 다 넣 어서 작품을 연출했어요. 잊고 있었는데, 그게 제 작업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2009년 명동예술극장 개관 축하 작품으로 선보인 맹진사댁 경사 연출 이병훈 ©명동예술극장 출할 때 가장 집중하는 건 인물을 만 드는 일이에요. 인물이 80% 만들어 지면,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흘러가 요. 그게 안 되면 극 자체가 아주 삐 걱대죠. 같은 공간에 있어도 어떤 자 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인물의 정보 가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에, 걸음걸 이와 시선 같은 외형적인 부분이 필 요해요. 예전에 피터 브룩Peter Brook 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가만히 손 을 들고30초 동안 있어 보면 어떤 상 태가 온다고. 손을 들고 있는 정당성 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죠. 특히 외형 적 측면에서 의상은 사람이라는 건 축물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그 래서 저는 움직이며 연습하기 시작 하면 배우들에게 신발부터 분장까지 캐릭터의 외형을 스스로 생각해 오 라고 해요. 그렇게 거대하고 뚱뚱한 이미지에서 시작해 인물을 정교하게 깎아나가요. 그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우연히 만나게도 되고, 그 결과 인물의 전사가 자기 몸에 나 이테로 그려지게 되죠. 결국 모든 게 테크닉이에요. 그게 없다면 막연해 지기 마련이에요. 연극에 나오는 인 물들은 대체로 정상적인 사람이 없 어요. 다 결함을 갖고 있어서 그걸 어 떻게 잘 매력적으로 만드느냐가 중 요하죠. 희극은 비극에 비해 상대적으 로 덜 소개되고, 때론 과소 평 가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희 극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 을까요? 경직된 관객이 깨어나도록 하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이건 희극뿐만 아 니라 어느 극장에서나 다 그렇거든 요. 저는 희극이든 비극이든 모든 작 품에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해요. 작 품에는 유머가 양념으로써 싹싹 들 어가고 빠져야 하죠. 그래야 공연이 뻑뻑해지지 않기도 하고. 아무래도 코미디가 좀 더 제 마음을 편하게 하 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는 코미디 가 많지 않아요. 있다고 해도 너무 구 석진 곳에서 하고 있거나 웃음 코드 가 지저분할 때도 있거든요. 의무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희극 작업을 통 해 이런 코미디도 있다는 걸 보여주 고 싶어요.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피지컬 시어터Physical Theater를 선보 인 후 다양한 공연이 생긴 것처럼요.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길 에 관객은 여러 생각을 하게 될 거예 요. 하지만 적어도 공연을 보는 동안 은 관객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 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도에서 제목을 코믹 으로 붙였나요? 처음에 나온 제목은 동시상영 이 었어요. 쇼도 보고 영화도 보는 동시 상영관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해서요. 그런데 작품을 쭉 뽑아놓고 보니 안 어울리더라고요. 희곡집 제목인 ‘변 두리 극장’을 그대로 쓰자니 세종문 화회관이 변두리에 있지도 않고…. 희극적 상황이 담긴 작품이고, 그걸 프랑스어로 하면 ‘코미크comique’니까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해서 결정이 됐어요. 작품 자체가 가진 발랄함이 제목에서부터 느껴졌으면 했어요. 무엇보다 이 작품이 가족과 함께 재 밌게 볼 수 있는 편안한 공연이면 좋 겠어요. 하도 시대가 복잡하니까, 웃 음으로 마음을 다스려보면 좋지 않 을까요. 서울시극단 코믹 2025 ∕03 ∕28—04 ∕20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원작카를 발렌틴 각색·음악·연출임도완 연출가 임도완이 영향받은 희극 작품 conversation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