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페이지 내용 : 백남준의 예술세계는 단순한 천재성만 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동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예술가와의 긴밀 한 교류를 통해 빚어졌고, 그중에서도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존 케이지· 샬럿 무어먼·조지 머추너스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 식으로 백남준에게 창작의 영감을 불어 넣고, 그의 예술세계를 확장하는 데 결 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일 전자음악의 선구자 카를하인츠 슈 토크하우젠은 백남준에게 ‘통제의 미학’ 을 심어줬다. 그를 통해 백남준은 공간 과 시간, 기술을 작곡의 구성 요소로 다 루는 법을 터득했다. 작곡가 존 케이지 는 백남준에게 있어 창작 개념 자체를 전환한 스승 같은 존재다. 백남준은 ‘우 연성’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예술가의 통제에서 벗어난 창작 방식에 눈을 떴 다.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은 백남준의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몸소 실천해냈다. 두 사람은 공연예술의 관습을 무너뜨리 며 기술과 신체, 예술과 일상의 융합을 시도했다. 조지 머추너스는 새로운 예 술을 추구한 플럭서스 운동의 창립자였 다. 그는 백남준을 플럭서스로 이끌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네 인물은 전위적인 예술을 지향한 백남 준의 시대적 동지였다. 이 지면는 백남 준이라는 이름 뒤에 자리한 협업자들을 되짚어보며, 예술은 결국 함께 만드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백남준, 그리고 창작의 동반자들 16 PIONEER OF THE KOREAN ARTS cooperative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존 케이지 샬럿 무어먼 조지머추너스
19페이지 내용 : 1960년대는 한국 뮤지컬 역사에서 ‘시 작’이라는 단어가 유독 무겁게 다가오던 시기였다. 뮤지컬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그때, 몇몇 예술가들은 새로운 가능성 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순히 서 구 양식을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 리 정체성을 담은 ‘한국적 뮤지컬’의 탄 생을 모색했다. 그 선두에 박용구·최창 권·김희조가 있었다. 박용구는 무용·음악·연극을 넘나든 입 체적 예술가였다. 예그린악단을 이끌며 ‘우리만의 뮤지컬’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가 세운 방향성은 단순한 몇몇 작품 에 그치지 않고, 후속 창작 시스템의 기 틀로 이어졌다. 작곡가 최창권은 또 다 른 혁신가였다. 재즈와 대중음악을 두 루 경험한 그는, 민속 선율과 서양 리듬 을 접목해 한국 뮤지컬음악의 새로운 장 을 열었다. 작곡가 김희조는 좀 더 본질 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 가락이 뮤지 컬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을 까 고민하며 국악과 양악을 결합했다. 그의 곡에는 언제나 향토성과 음악성이 공존했다. 세 명의 예술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무無’ 에서 ‘뮤지컬’을 창조했다. 제도도, 관객 도, 제작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황무 지에서 그들은 씨앗을 틔웠다. 세 사람 이 단단하게 다진 것은 다음 세대가 자 라날 수 있는 든든한 토양이었다. 이 글 에서는 뮤지컬이 태동하던 바로 그 시 대, 뚜렷한 철학을 지닌 세 인물의 여정 을 따라가본다. 한국 뮤지컬사, 그 시작을 함께한 개척자들 PIONEER OF THE KOREAN ARTS artist 17 박용구 최창권김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