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페이지 내용 : 악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던 장 면이 대사로 전달되면서 관객이 바 로 이해하게 했다. 1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젊은 파 우스트와 늙은 파우스트를 양쪽으 로 상대하는 연극적 장면은 2022년 파우스트악마의 속삭임 에서 시 도된 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연출했 다. 그리고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 레스와 영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정동환의 한국어 대사와 성악가들의 프랑스어 노래가 교차했는데, 우려 했던 것보다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 진 않았다. 처음엔 정동환의 발성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졌으나 점차 안 정감을 찾으며 성악가들과 잘 어우 러졌다. A팀의 공연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인물은 사무엘 윤이다. 앞서 국내외에서 메피스토펠레스를 아홉 차례 연기한 사무엘 윤은 이날도 파 우스트를 유혹하며 파멸로 이끄는 모습을 노련하게 보여줬다. 다채로 운 표정 연기와 흔들림 없는 가창으 로2022년 독일 주 정부에서 ‘궁정가 수Kammersänger’ 칭호를 받은 경륜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번에 파우스트 역에 처음 도전한 테너 김효종은 그동안 밝고 서정적 인 로시니 오페라에서 두각을 나타 냈다. 이날도 마르그리트의 집을 보 며 노래하는 아리아 ‘정결한 집Salut! demeure chaste et pure’에서 매끄러운 가 창을 들려줬다. 후반부에서 후회 등 격렬한 감정을 드러낼 땐 다소 가볍 게 느껴졌지만, 리릭에서 리릭 스핀 토로 영역을 넓혀가는 김효종의 변 화를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리 블랙박스 무대에서 대극장 프로시니엄으로 서울시오페라단은 창단 40주년 기 념작 파우스트 를 지난 4월 10일 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 장 무대에 올렸다. 프랑스 그랑 오페 라의 화려함을 보여주되 2022년 좋 은 평가를 받았던 ‘오플레이’ 콘셉트 를 1막에 가미했다. 엄숙정이 연출 한 올해 파우스트 역시 2022년 파우스트악마의 속삭임 과 마찬 가지로 늙은 파우스트 역으로 배우를 캐스팅했다. 연극에서 파우스트 역 할을 두 차례 연기했던 원로 배우 정 동환이 출연했다. 4월 10일과 12일 A팀으로 정동환 외에 젊은 파우스트 역의 테너 김효종, 메피스토펠레스 역의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마르 그리트 역의 소프라노 손지혜, 발랑 탱 역의 바리톤 이승왕, 시에벨 역의 카운터테너 이동규 등이 출연했다. 11일과 13일 B팀으로는 테너 박승 주 파우스트 역 , 베이스 전태현 메 피스토펠레스 역 , 소프라노 황수미 마르그리트 역 , 바리톤 김기훈 발 랑탱 역 , 메조소프라노 정주연 시에 벨 역 이 합을 맞췄다. 막이 열리자, 정동환이 연기하는 늙 은 파우스트가 “Rien! Rien! Rien! 무용지물이야… 다 소용이 없어!”로 시작하는 긴 독백을 외친다. 문학과 철학·의학·연금술까지 두루 섭렵 했지만, 늙은 파우스트는 인생의 회 한과 젊음을 향한 욕망 등을 토해낸 다. 연출가 엄숙정이 원작에 없는 대 사를 직접 썼다. 기존 오페라에서 음 opera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