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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페이지 내용 : 왜인지 모르게 일단 ‘비싸다’고 여겼던 공연 티켓의 가격을 관객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세종문화회관 ‘누구나 클래식’에 선 이러한 상상이 정말로 실현된 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이 국 내 공연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관람료 선택제는 관객이 1천 원 부터 1만 원까지 관람료를 원하 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 도다. 이 제도가 도입된 ‘누구나 클래 식’은 서울 시민 ‘누구나’ 최고의 ‘클래식’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 도록 한 세종문화회관 대표 사회 공헌 사업이다. 지난해 1만 7천 명이 관람했고, 올해는 한국 클 래식 음악의 미래와 함께하는 ‘영아티스트를 만나다’, 오페라 의 정수를 모아 구성한 ‘오페라 와 합창’, 우리에게 친숙한 클래 식 음악을 들려주는 ‘영화와 클 당신이 생각하는 공연의 가치는 얼마인가요 정리. 김태희 ‘세종문화N’ 에디터 래식’, 춤음악에 친숙해지는 ‘차 이콥스키와 발레음악’ 등 다채로 운 구성으로 일 년간 시민과 만 나고 있다. ‘누구나 클래식’에서 는 관람료 선택제를 통해 관객이 예술 경험을 통해 공연의 가치를 직접 결정하고 인식하도록 안내 한다. 단순히 저렴하게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의 가 치를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문 화를 누리는 기회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관람 방식을 제안 하는 것이다. 관람료 선택제를 도입한 지 일 년, 더 나은 제도 운영을 위해 관 객의 반응을 확인했다. 전체 중 92.2%가 관람료를 스스로 선택 하는 것이 공연의 가치를 인식하 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고, 다시 공연을 관람한 다면 더 높은 수준의 가격을 지 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티 켓의 최소 가격은 1천 원이지만, 50% 넘는 관객이 5천 원에서 최 대 가격인 1만 원까지 지불하겠 다는 의사를 밝힌 것 또한 긍정 적이다. 나아가 높은 금액을 선 택한 관객들은 공연의 품질이나 가치를 판단하기보다는, 문화예 술 후원에 참여하는 의미를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누구나 클래식’을 통해 부 담 없이 클래식 음악 공연을 관 람했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 나, 관람료 선택제가 공연 접근 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단순 히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 을 넘어서 공연장을 찾아 예술을 즐기고 그 가치를 스스로 되새기 게 만드는 일련의 공연 경험은 우리 모두가 문화예술과 더 가까 워지도록 하는 세종문화회관의 섬세한 배려가 아닐까. 56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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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페이지 내용 : TALK WITH 세종문화회관 공연제작2팀 이지향·김보름 TREND 국내외 문화예술 PWYW 사례 관람료 선택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 이 제도는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공연은 경험을 통해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 다!’, 그렇다면 ‘그 가치를 관객 스스로 인식하게 하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하 는 질문에서 출발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그 결과로 도출된 것이 관람료 선택제이 며, 세종문화회관이 국내 최초로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관람 방식입니다. 무엇보 다 이 제도를 통해 관객 스스로 공연의 가치를 체감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둔, 문화 경험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세종문화회관은 앞으로도 ‘누구나 클래식’을 통해 수준 높은 최고의 클래식 음악 공연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누구나 부담 없 이 공연장을 찾고 공연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누구나’ 고품격 공연을 통해 문화예술 경험의 가 치를 체감하도록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공공 공연장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합니다. 대상 장르는 클래식 음악 여전히 대중에게 어렵고 낯설다는 인식이 강한 장르가 클래식 음악입니다. 하지 만 실제로 영화·광고·드라마·게임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음악 중 상당수가 클래식 음악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이 2023년 ‘천원의 행복’ 관객 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보고 싶은 장르1위가 클래식 음악이었습니다. 국 내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세계 주요 콩쿠르를 휩쓸고,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숱하게 열리지만, 여전히 대중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에는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진입 장벽이 높으니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연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고요. 그렇게 ‘누구나 클래식’은 조금은 익숙한 클래식 음악 작품을 오케스트라 연주와 해설을 곁들여 좀 더 친근하게 전달하고 자 기획했습니다. 이런 접근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나아가 관객 이 또 다른 공연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올해 운영 계획 4월과 5월 ‘누구나 클래식’ 예매자 가운데 3천 원 이상 관람료 지불을 선택한 분들께 세종S멤버십 포인트 를 3배 적립해드리는 이벤트를 진 행하고 있습니다. 또 공연 당일 관람 료 1만 원을 선택해 지불한 관객에 게는 소소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한 정 수량 제작한 기념품을 드립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 캠페인을 지속하며 관람료 선택제 의 의미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자 합니다. 관람료 선택제의 가장 큰 장점 티켓 가격, 즉 관람료를 관객이 스스 로 정한다는 점 자체가 가장 큰 장점 입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수동적인 수용자보다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내가 직접 고른 선택지를 더 가치 있 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단 순한 가격 대비 효율보다 ‘가치 중심 소비’가 트렌드가 되는 시대에, 관람 료 선택제는 그 흐름에 부합하는 유 연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 록 근본적 취지를 소셜미디어를 비 롯한 여러 매체를 거쳐 대중에게 알 리는 일부터, 관객 만족도와 객석 점 유율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양한 혜 택을 제공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발적 지불 가격’으로도 불리는, 소비자가 재화에 대해 원하는 만큼 금액을 책정해 지불하는 가격 정책 을 ‘PWYW Pay What You Want ’라 부른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 어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이러 한 모델이 주목받았는데, 브랜드 가 치 혹은 기업의 진정성이 깃든 가치 를 증명함으로써 소비자를 움직이 게 할 수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해외 여러 공연장에서 일부 공연에 대해 PWYW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대부분 새로운 관객을 공연장에 유입하기 위해서, 혹은 지역사회의 참여를 확대하고자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나 잘 알려진 뉴욕 퍼블릭시어터 ‘셰익스피어 인 더 파 크’의 경우 기본적으로 관람료를 무료로 운영하며, 공연이 끝난 뒤 후원 차원에서 의 자발적인 관람료 지불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 내 비영리 공연장을 대상으로 PWYW 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 면, 관객의 수가 최대12배까지 늘어나거나 Oakland Theater Project , 티켓의 평 균 가격 혹은 평균 지불액이 증가하고 Azuka Theatre, Broken Nose Theatre , 젊 고 다양한 관객이 유입되는 Woolly Mammoth Theatre Company 효과를 거두 기도 했다. 즉, 관객의 수를 늘리고 무엇보다 청년층을 비롯한 새로운 관객을 공 연장에 유입하는 데 확실한 효과가 있으며, 다만 재정적인 불안정성이 동반되기 에 공연장 차원에서의 시도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이 협력해 장기적으로 바 2013년 장기하와 얼굴들은 현대카드와 협업해 ‘백지수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라볼 만한 제도로 판단된다. 첫 싱글 앨범인 ‘좋다 말았네’를 현대카드 뮤직 음원 프리마켓이 독점 발매하고, 음원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장기하는 이를 통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음원 가격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한 달간 3,666명이 음원을 구매했으며, 총 판매 금액은 3,579,464원을 기록했 다. 평균 구매가는 976원으로, 당시 음원 플랫폼의 1곡 다운로드 금액이 600원 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결과였다. 다만 구매자 중 약 41%는 음원을 무료로 내 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끼는 반응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포토존 앞에서 웃으 며 사진을 찍고, 공연이 끝난 후 “정 말 좋았다”며 즐겁게 후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공 연 직후 티켓 오피스를 찾아와 “다 음 번 ‘누구나 클래식’은 언제 열리 냐”, “관람 신청은 언제 할 수 있냐” 고 물으며 관심을 표현해주시는 모 습도 인상 깊고요. 이러한 장면을 보 며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이 단순히 준비된 작품을 감상하는 차원에 그 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매개로 한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experience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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