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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페이지 내용 :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우주입니다. 각 자가 고유한 세계를 이루고, 그래서 나 조차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많은 사람 과 다양한 공연을 만들며 다채로운 우주 를 만났는데요. 함께 작업하고, 시간을 보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종 종 내가 과연 이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 을까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어쩌면 아 주 작은 일부분만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마저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 는 건 아닐까 고민하게 됐어요. 이제는 말보다 ‘시간’과 ‘감각’을 더 중 요하게 생각합니다. 주고받는 말 그 자 체보다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를 향해 기울이는 마음 이 누군가를 더 깊이 알아가는 방법이 된다고 여깁니다. 창작 단체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이번 무엇을 얻고 돌아갈지 가늠하기 어렵습 니다. 공연이 끝나면 오히려 제가 관객 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듭니 다. 그러니 관객도 편안한 마음으로 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서로 다른, 개개인 만의 소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될 거 라는 기대만 가지고요. 가장 큰 영감이 되는 건 사람들, 그리 고 장소성인 듯합니다. 이 두 요소로부 터 새로운 작업이 시작되고, 새로운 무 언가를 시도해볼 힘을 얻어요. 누군가 와 눈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타 인의 시선이 곧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죠. 하지 만 분명 느끼게 될 겁니다. 마주한 눈 속 에는 잣대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요. 타인의 눈으로 발견한 ‘나’라는 우주 이진엽 무대미술을 전공했다.2009년 코끼리들이 웃는다를 창단한 후 커뮤니티, 장소성, 관객 참여형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언어에서 나아가 다양한 감각을 탐구하며, 관객과 함께 만들 수 있는 공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 마주하고 마주하니 는 2024년 에 선보인 마주하는 의 새로운 버전입 니다. 다양한 국적, 성별의 배우와 비배 우들이 한데 모여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눈을 바라보며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놓 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 모습은 관객을 거울삼아 확장되기도, 그 틈새로 흘러 들어가 다른 의미를 만들기도 하죠. 특정한 누군가를 대표하는 이야기를 만 들기보다는 한자리에 모인 모두가 각자 의 모습 그대로, 마음 그대로 어우러지 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마음이 꺼내지는 계기가 될 거라 믿습니다. 코끼리들이 웃는다는 관객의 참여로 완 성되는 공연을 만듭니다. 무대와 객석 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 역할을 확장하 는 일에 몰두하죠. 그래서 연출가인 저 조차도 관객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08 SYNC NEXT, SEED NEXT©윤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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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페이지 내용 : 춤이라는 세계를 알기 전 카메라를 먼저 만났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께 서 동영상 촬영이 되는 첫 DSLR이라며 니콘D90모델을 건네주신 순간이 아직 도 선명합니다. 그 카메라를 들고 세상 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그때의 영향 인지 여전히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듯 그렇게 세상을 바라봅니다. 줌인하거나 줌아웃하고, 시선을 돌려 다른 각도로 어느 한 장면을 바라보는 식이죠. 그렇 게 포착한 순간 하나하나를 생각의 전환 점으로, 움직임의 동력으로 삼기도 합 니다. 오늘날에도 제게 가장 중요한 건 비디오 메시지입니다. 마치 우주비행사가 ‘몇 월 며칠’이라 말한 후 그날그날의 중요 한 정보와 생각을 기록하듯 저 또한 카 메라를 향해 마음속 질문들을 이야기합 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이 창작을 위한 마중물이 될 때가 많아요. 퍼포머와 디렉터 사이 서로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으로 역할에 임하게 됩니다. 퍼포머로서는 디렉터가 원하는 에너지 를 ‘나’로부터 끌어내야 하고, 디렉터로 서는 내가 그리는 그림과 에너지를 ‘너’ 로부터 이끌어야 하니까요. 상반된 집 중과 책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퍼포머로서도 디렉터로서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우리의 에너지가 정확히 만났을 때입니다. 불가능할 것 만 같은 그림을 무대 위에 펼쳐내는 과 정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끝 까지 서로를 믿고 해낸 순간, 그 순간 은 정말이지 짜릿합니다. ‘cage’ 그리고 ‘us’라는 중의적 모호성 을 지닌 우리OO-LI 라는 제목의 이번 SYNC NEXT 무대는 공개 오디션을 통 해 만난 댄서 30명과 함께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댄서들을 초청할 수도 있었지 만, ‘우리’ 공연에 진심으로 참여하고 싶 은 분들, 새로운 분들을 만나기 위해 오 디션을 열기로 했어요. 언어로는 다할 수 없는 해니 댄서이자 안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발레를 통해 춤을 발견한 후 다양한 장르로 작업 세계를 확장했다. 지난10년간 팀 매그놀리아 디렉터로 활동했으며, 공간 마주MAJU를 통해 인더스트리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작업도 하고 있다. 최대한 솔직한 에너지, 각자의 고유한 생각을 교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 같은 설정 된 상황은 있으되 그 안에서 어떠한 말 들이 오갈지, 어떤 감정이 필요한지 등 은 제시하지 않는 식이죠. 이 공연의 의 도, 기획 배경 같은 걸 너무 많이 설명해 버리면 결국은 특정한 틀에 가두는 꼴이 되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본능적인 감 각, 생생한 에너지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서로를 북돋는 방식으로 무대를 꾸려갑니다. 프라하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주로 활동 하는 댄서이자 시각예술가인 미스터 크 리스Mr. Kriss와는 지난해 처음 만나 인연 을 맺었습니다. 그와 저는 마치 같은 목 적지를 향해 서로 다른 두 갈래의 길을 걷는 무버mover 같습니다. 음과 양처럼 크리스의 에너지는 바깥을 향해, 저의 에너지는 안으로 응축되는 방식이랄까 요. 말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습니다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움직임을 추 구하고 또 어떤 철학을 가지고 움직이는 지 깊이 알게 될수록 더 그렇게 느껴집 니다. 이번 협업 무대를 통해 제가 크리 스의 길을, 크리스가 제 길을 걸어볼 수 도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말이 아닌 몸으로 하는 일이니 가능할 겁니다. 약속된 규칙들로 이루어진 단 어, 문장, 문단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은 그 약속의 틀 너머까지 아우를 수 는 없으니까요.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을 춤으로, 그림으로, 지금껏 그랬듯 더 자 유로이 표현하려고 합니다. community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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