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페이지 내용 : 전통예술이란 제게 모국어 같은 것입니 다. 나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익숙한 언어를 통해 새 이야기를 연출하고 표현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옳다고 믿는 것 들을 ‘해체’하고 다시 질문하는 일이 예 술가로서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리퀴드사운드’라는 이름으로 팀을 이룬 지 10년이 됐습니다. 리퀴드사운드는 공연에 출연하는 플레이어가 중심이 아 닌, 공연을 제작하고 만드는 창작 스태 프가 주축이 되는 단체입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실험성과 즉흥성을 추구 하며 나아갑니다. 최선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보다 기발할 수 있는 찰나, 우연적 요소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죠. 그렇기에 호기심 그 자체, 그로부터 시작된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라면 영화나 드 라마 같은 매체 예술에서는 느낄 수 없 는 새로운 감각을 기대할 것입니다. 생 생한 현장 감각, 공간의 고유한 분위기 를 반영해 관객과 플레이어의 관계를 재 정의하려 합니다. 일상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도록 말이죠. 한국에서 전통음악을 배우다 프랑스 파 리로 건너가 공연예술 및 연극을 공부하 며 무대예술 분야에서 관객이 얼마나 중 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프 랑스 관객은 한국의 관객과 비교했을 때 공연 보는 일이 훨씬 더 일상적입니다. 그렇기에 열 편의 공연을 본다면 그중 하나에만 공감하고 감동해도 성공적으 로 여기곤 하죠. 창작과 실험에도 더 관 대한 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공 연 관람이란 큰 이벤트 같은 것이기 때 문에, 관객은 기대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개성 강한 작업이 무대화되 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때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이번 SYNC NEXT에서 선보일 연희해 체프로젝트 II OffOn 은 공동체의 안 녕과 화합을 기원하기 위해 야외에서 행 하던 전통 연희인 농악을 동시대 공연 장 특성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2022년 선보인 긴연희해체프로젝트 I 과도 연결되는 작업이죠. 지난 무대는 전통 연희를 음악이나 연극이 아닌 ‘몸’ 의 쓰임을 중심으로, 무용 어법을 통해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으로부터 출 발했어요. 이번에는 그 규모를 확장하 고 표현 방식을 새로이 하며 관객을 맞 이하려고 합니다. ‘안녕과 화합’이란 너 무 거창하기도 하고 또 당연한 주제이 기도 하지만, 이 기회에 다시금 되새겨 보면 좋겠어요. 리퀴드사운드만의 감 각으로 공연장을 찾은 모든 사람이 즐겁 기를 바랍니다. 모국어로 쓰는, 전에 없던 이야기 이인보 리퀴드사운드 대표이자 공연 연출가. 서울대학교에서 전통예술을 전공한 후, 파리8대학에서 공연예술과 연극을 공부했다.2015년 그룹 리퀴드사운드를 결성해 다양한 개념과 감각, 장르의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10 SYNC NEXT, SEED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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