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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페이지 내용 : 영국의 음악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표현에 따르면 작곡가는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다. 베토벤 같은 전통적인 작곡가 들이 건축가처럼 면밀히 설계도를 그려 예술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그러나 자신을 포함한 오늘날의 음악가들은 작 은 씨앗을 심고, 나무가 스스로 성장하 고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 할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설명한다. 그저 문학적인 비유가 아니다. 이노 는 자신의 철학을 집대성한 생성음악 Generative music 개념을 설파했다. 이노의 생성음악은, 제한을 둔 매개변수에 의 한 알고리즘에 따라 음악적 요소들, 이 를테면 음계, 프레이즈, 딜레이, 에코, 리 버브 이펙트 등이 자체적으로 조직화하 는 과정을 통해 음악이 창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작곡가의 계획에 따라 음악 이 통제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진화하고 확장할 수 있음 을 이른다. Ambient 1Music for Airports 1978는 이노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70년대 건 설된 독일의 뮌헨 공항을 방문한 그가 그곳의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경 험하고 제작한 음악이다. 하나의 프레이 즈를 여러 번 반복하는 듯 들리지만 각 각의 프레이즈는 이노가 설정한 시스템 안에서 미묘한 변화를 만들며 공간 안에 퍼져 나간다. 단순한 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앰비언트 장르의 시초를 이 루는 기념비적인 곡으로 평가된다. 생성음악은 언뜻 인공지능AI에 의한 작 곡법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 나 전혀 다른 배경을 지니는데, 예컨대 AI 작곡법을 취하는 작가는 인공지능에 학습 데이터와 목표를 제공, AI가 그 데 이터를 바탕으로 작곡하도록 지시한다. 특정 스타일이나 장르를 재현해 비슷한 패턴을 창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반대 로 생성음악 개념에서 창작자는 고유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유동하는 예술을 위해 인간과 기계가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생성음악이 말하는 창작의 본질이란 음악이 자기 조직화를 통해 스 스로 진화하고 변화하며, 확장 및 소멸 하는 것이다. “작품이 나를 계속 놀라게 하기를 원한 다”는 이노의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 다. 오늘날 예술의 주인을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청중은 더 이상 작곡가 의 건축물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수동 적인 존재가 아니다. 관객은 창작자가 설정해둔 시스템 안에서, 그리고 밖에 서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맥락을 덧입히 며 예술 작품을 유희한다. 현대의 예술 가는 이노처럼 어떠한 변화를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심어둔 씨앗이 무수히 많은 화면에서 새로운 심상으로 피어오 르는 것을 본다. 베토벤이 이 시대를 목 도한다면, 이노가 말했듯 자신의 음악 에 스스로 깜짝 놀랄 것이다. 여기 열 명의 예술가가 있다. 이들에게 창작의 씨앗이 되는 영감에 관해 물었 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특성, 사회 구조로부터 떨어져 나온 무언가, 옳아 마땅하다고 여겨온 전통예술 어법을 향 한 호기심, 인간-인간 혹은 인간-비인간 과의 관계성… 이 창작의 씨앗들은 여러 예술가와 협력하는 과정과 다양한 관객 을 마주하는 동안 볕을 쐬고 거름을 얻 으며 생명력을 지닌 작품으로 자라날 것 이다. 아직은 알 수 없는 묘목 같은, 무궁 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씨앗 같은 이야기 가 여기, 당신을 기다린다. 글·정리. 김호경 ‘아무튼,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음악 듣는 몸’ 저자 02 SYNC NEXT, SEED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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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페이지 내용 :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서 뛰놀며 쉽게 접 한 것 중 하나가 솔방울입니다. 언뜻 보 면 그저 동글동글 작고 귀여운 나무 열 매이지만, 자세히 보면 완벽한 프랙털 fractal 구조로 황금비를 이루죠. 자연의 리듬과 질서를 몸으로 구현한 존재 같아 보입니다. 제가 만드는 음악도 솔방울 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생명력을 품 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솔방울연구소’를 만들어 자연 보호 운동을 포함한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을 노래하는 제 게 부산은 제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부 산 사투리는 그 억양부터가 리듬이자 감 정이고요. 일상적인 대화 역시 길게 늘 이지 않고 함축적으로 하는데, 문장은 짧아도 내포한 의미는 깊이가 있습니 다. 음악으로 표현하기에도 좋죠.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나’ 같은 근 본적인 질문을 두고 고민하다보면 자 연스럽게 그 뿌리가 되는 과거로 거슬 러 오르게 됩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기억과 현재의 삶을 나란히 두고 보면 무척 흥미롭습니다. 고유의 문화, 전통 적 이야기에 영감을 얻고 위안도 얻습니 다. 그중에서도 단군의 ‘널리 인간을 이 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에 깊이 공 감합니다. 근래에는 서울에 머물며 음악 활동을 하 고 있는데, 한 번씩 부산에 가면 산으로, 바다로 돌아다니며 자연을 만끽합니다. 지친 육체와 정신이 다시 회복되는 기분 이죠. 그런 점에서 지금의 제게 부산은 치유의 도시입니다. 자연에 관심을 가지다보니24절기로 정 리된 농부의 달력이 흥미롭게 보이더군 요. 작은 관심이 직접 농사를 지어보겠 다는 결심으로 이어져 간단한 쌈 채소부 터 토마토·가지·브로콜리·옥수수 등 계절에 맞는 작물을 기르게 됐습니다. 농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경험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 기다림과 겸손 을 배웠습니다. 일상의 루틴은 최대한 자연과 동기화하 려 노력합니다.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 면 일어나는 식이죠. 건강한 음식을 만 들어 먹고 운동과 산책을 반복하며 규칙 적으로 지냅니다. 건강한 일상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고 이를 창작 활동에 씁니 다. 클라이밍 같은 육체적인 활동을 취 미로 하면서 창조적인 발상에 도움을 얻 습니다. 이번 공연의 무대는, 1층은 초록빛 자연 으로, 2층은 산업화로 인해 황폐화한 도 시의 풍경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숲과 도시, 고요와 박동 그 둘을 연결하는 리 듬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서로 다 른 두 성질의 충돌로부터 ‘살아 있음’의 감각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드는 일, 영상과 무대를 통해 무언가 말하는 일 전부 관 객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스 스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합 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겉으로 보이 지 않는 내면의 사소한 순간이라도 그것 이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파동이 되리라 믿습니다. 제이통 래퍼이자 음악 프로듀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자연 보호, 환경, 건강 등 메시지를 음악에 녹여내며, 단순한 음악적 즐거움을 넘어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 locality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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