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페이지 내용 : 젊은 무용수들의 실험적 에너지는 NDT 2에서, 성숙기에 접어든 중견 의 신체는 NDT 1에서 결실을 봤다. 노장 무용수는 NDT 3에서 ‘시간이 깃든 신체’의 개념으로 새 가치를 부 여받았다. 연령과 경험에 따라 예술 적 표현을 분화·축적하는 시스템은, 단체의 조직 구조 자체가 하나의 예 술언어가 되는 전례 없는 방식이다. NDT는 이 결정으로 세대를 가로지 르며 다양성과 시간성을 구현하는 유기체를 유지했다.2006년NDT 3 이 재정 문제로 해단했고, 현재NDT 1·2가 활동한다. 킬리안 시절NDT에서 주목할 또 하 나의 특징은 리허설 방식이다. 그는 리허설을 ‘발굴의 과정’으로 불렀다. 기존 안무를 반복 연습하는 게 아니 라, 무용수 개인의 내면과 기억, 신체 가 간직한 사적 리듬에서 새로운 내 러티브를 찾아내는 작업이었다. 안 무를 동작을 구성하는 기술로 보지 않고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를 형상 화하는 방법론으로 간주했다. 킬리 안 시절 리허설의 언어는 ‘명령’이 아 니라 ‘대화’였고, 안무는 일방적 창작 이 아닌 감응과 상호작용의 산물이 었다. 킬리안 시대를 거치며NDT는 작품을 제작·공급하는 기관을 초월 해, 인간 존재를 무대 위에서 지속적 으로 사유하고 실험하는 철학적 실 험실로 자리했다. 가장 놀라운 건 킬리안의 퇴장 방식 이다. ‘종말을 기획할 리더’라 자청 했고, 1999년 NDT 예술감독직에 서 물러났다. ‘개인’ 킬리안의 퇴장 이 아니라, 단체의 예술적 미래를 보 다 개방적이고 다층적 구조로 이양 하려는 희생이었다. 그 결과 21세 기 NDT는 카리스마적 인물에 의 존하지 않고, 다수 안무가가 자유롭 게 출입하고 교차하는 ‘안무가 중심 제’ 플랫폼이 됐다. 윌리엄 포사이스 William Forsythe, b.1955·폴 라이트풋Paul Lightfoot, b.1966·솔 레온Sol León, b.1969· 마르코 괴케Marco Goecke, b.1972 같은 창작 스타일이 선명한 안무가가 전 임 예술감독의 공백을 메웠고 NDT 는 고전 테크닉, 모던 신체, 개념적 움직임이 오가는 ‘무빙 레지던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킬리안의 퇴진 으로 ‘다층적 큐레이션’, ‘장기적 안무 가 육성 시스템’이 단체에 제도화됐 다. ‘열려 있는 역사’로 나아가는 핵심 에 킬리안의 용단이 있다. 국립발레단 6월 킬리안 프로젝트 의 세부 작품은 안무가의 미학이 어 디로 향했는지를 단계적으로 보인 다. 이번 기획에서 무용수는 신체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음악과 공간, 관 객의 심리와 교차하는 복합적 존재 로 그려진다. Forgotten Land 는 이동과 정지, 후퇴와 회상의 리듬 구조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층 이 은유적으로 교착한다. 벤저민 브 리튼 ‘레퀴엠 신포니아’의 정서적 잔 향에 신체의 관성이 흡수되듯 공연 이 끝나도 무대에 잔상이 오래 남는 다. Falling Angels 는 머리 돌리 기나 팔의 급격한 상승과 하강이 반 복되면서 스티브 라이히의 리듬에서 발생하는 파장을 ‘눈으로’ 듣게 한다. 개인의 몸부림–집단의 통제–다시 개 인의 저항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관 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어 Sechs Tänze 에서 가발과 바로크식 의상 을 착용한 무용수들은 대놓고 전통 무용의 권위를 야유한다. 모차르트 ‘여섯 개의 춤곡’에 맞춰 속옷 바람으 로 춤추는 과정을 지켜보다보면, 유 희 뒤에 숨어 있는 무거운 기운이 객 석에 감돌게 된다. 공연이 끝난 후에 도, 코미디로 위장된 질문들이 관객 의 사유를 자극하며 철학적 여운을 남긴다. 2025년 한국에서NDT의 유산을 되 짚는 일은 두 창작자의 축적된 예술 언어를 한국의 제작 집단이 ‘현대 발 레’의 고전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거장의 고전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 로운 피를 수혈해온 NDT의 정신을 온전히 체화하려면, 포스트 판 마넨– 킬리안 세대의 신진 안무가를 조명 하고 국내에서 발굴하는 일 또한 오 늘날 국내 무대가 감당할 예술적 책 무가 될 것이다. 서울시발레단 유회웅×한스 판 마넨 2025 ∕08 ∕22—08 ∕27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프로그램유회웅 NO MORE , 한스 판 마넨 5 Tango’s 객원 수석최영규 서울시발레단 한스 판 마넨×허용순 2025 ∕10 ∕30—11 ∕02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프로그램한스 판 마넨 Kammerballett , 허용순 Under The Trees’Voices 객원 수석강효정 choreographer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