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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페이지 내용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심장부이자 예 술 중심지인 요하네스버그는 식민 지배와 인종 분리 정책, 산업화와 도 시화, 탈식민 이후 정체성 혼란까지 수많은 균열과 모순이 중첩된 도시 다. 그 복잡한 역사 한가운데 자리한 미술관이 있다. 바로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Johannesburg Art Gallery, JAG 다. 도시가 겪은 역사를 고스란히 담 고 있는 JAG 컬렉션 주요 작품이 한 국을 찾았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에서 8월 31일까지 열리는 《모네에 서 앤디워홀까지요하네스버그 아 트 갤러리 소장품 특별전》은 JAG의 방대한 소장품 143점을 선별해 구 성한 대규모 기획전이다. 17세기 네 덜란드 회화부터 20세기 남아공 현 대미술까지 400년에 걸친 미술사를 9개 섹션으로 나눠 시대순으로 구성 했다. 이번 전시의 기획은 이탈리아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 시모나 바 르톨레나Simona Bartolena가 맡았다. JAG는 플로렌스 필립스Florence Phillips라는 한 여성의 소망에서 출 발했다. 런던의 미술관을 자주 방문 한 플로렌스 여사는1900년대 초 남 편인 광산 재벌 리오넬 필립스Lionel Phillips와 함께 요하네스버그로 이주, 런던의 미술관 문화를 자신의 뿌리 이자 고국인 남아공에 구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미술관 설립을 위한 기 획과 수집을 주도하며 자산가 네트 워크를 활용해 유럽 중심 컬렉션을 형성했다. 미술관은 표면적으로 민 주적 공간을 지향했지만, 운영진이 대부분 유럽 출신이었던 탓에 서구 중심 미술사에 입각한 수집과 기획 이 지속됐다. 초기부터 유럽 중심주 의적 시각에 갇혀 있었고 현지 아프 리카 예술은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1915년 첫 소장품 카탈로그에 남아 공 작가는 단 한 명뿐이었으며 1940 년에 이르러서야 흑인 예술가 제라 드 세코토Gerard Sekoto의 작품 오렌 지와 소녀Girl with an Orange 연도 미 상 를 처음 전시했다.JAG에서 처음 전시된 흑인 작가의 그림으로, 이번 전시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에 도 수십 년 동안 미술관은 지역사회 와 분리된 채 상류층의 취향을 반영 하는 방향으로 운영됐다. 전환점은 1986년 앵글로 아메리칸 100주년 신탁 설립 이후에 찾아왔다. 당시 유 럽 작품의 구입이 어려워지자 미술 관은 방향을 틀어 아프리카 예술품 과 지역 공동체의 공예품을 수집하 기 시작했고, 이는 JAG가 오랜 시간 외면한 지역성과 정체성을 다시 수 용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러한 미술관의 역사와 소장품의 흐름은 이번 전시에 명확하게 드러 난다. 전시는 서구 중심 컬렉션을 기 반으로 하면서도 마지막 섹션에서 남아공 현대미술과 공동체 기반 예 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 구 조 자체가 이분법적 위계를 암시한 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선도 있지만, 이는 동시에 JAG의 제도적 전환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9개 섹션 중 특히 앞선 8개 섹 션은 네덜란드 회화, 영국 낭만주의,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큐비즘, 아방가르드, 팝아트까지 서양 미술 사의 거장들을 연대기적으로 배열하 며 JAG의 설립 목적과 초창기 후원 자의 취향을 반영한 수집 방향을 보 여준다. Vincent Van Gogh, Portrait of an old man, c.1882, charcoal on paper, Johannesburg Art Gallery 54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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