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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페이지 내용 : 더 작은 존재들에 귀 기울이며 04 SYNC NEXT, SEED NEXT ©LindaDambeniece-Miglini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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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페이지 내용 : 제주에 살다보면 여러 비인간 존재와 자 주 만나게 됩니다. 특히 농사를 지으며 더 그렇게 됐어요. 덕분에 도시에 살던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유대감, 자극과 감동을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음악적으 로는 더 다양한 ‘소리’, 더 짙은 ‘고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고요. 작곡가란 씨앗을 품은 땅이 아닐까 생 각합니다. 세상이 모아 건네준 씨앗을 품고 있다가 음악으로 밀어내는 일, 그 것이 제가 하는 일이라 여깁니다. 비옥 한 음악인이 되기 위해 많이 느끼고, 많 이 듣고, 많이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그 렇게 다짐합니다. 가사가 중요했던 싱어송라이터 시절을 지나 앰비언트 음악가가 된 계기를 말한 다면 2018년 어느 여름의 우연한 사고 였습니다. 동력 분무기에 손을 다쳐 큰 수술을 받았고 한동안 기타를 잡지 못했 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을 만드 는 다른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에, 일상 그 속에서 생겨나고 자란다고 믿습니다. 제주에 온 이후 저는 보통 새 벽 3시에서 4시 사이 일어나 작업을 시 작합니다. 오전 11시까지, 그러니까 스 스로 이르길 ‘창작의 문’이 닫힐 때까지 음악과 관련한 일을 합니다. 때때로 생 각이나 기분의 전환이 필요할 때면 목욕 하거나 좋아하는 장소를 산책합니다. 이번 SYNC NEXT는 보컬리스트 정마 리, 설치미술가 부지현과 함께합니다. 언젠가 부지현 작가님과 아침 일찍 만나 어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 니다.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Marjolijn Van Heemstra가 지은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 가 없다’를 읽고 난 뒤였는데요. 빛을 좇 는 현세에서 사람들이 추방해버린 어둠 을 되찾는 것, 그런 ‘어둠의 회복’을 주제 로 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함께 고민 했습니다. 소리를 다루는 제가 침묵을, 빛을 다루는 부지현 작가님이 어둠을 구 현할 수 있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물론 그전에도 노래와 가사, 음악과 언 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늘 있었습니 다. 가장 비언어적인 예술인 ‘음악’ 안에 서 언어라는 이 불순물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가. 무엇이 ‘노래’를 인간의 가장 독특한 ‘언어’로 만들어준 걸까 하 는 생각이었어요. 비유하자면 마치 미 량의 불순물이 평범한 광물을 보석으로 만들 듯 언어라는 불순물이 있기에 음악 이 노래라는 보석이 될 수 있는 것 아닐 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언어 적 요소가 철저히 배제된, 모든 내러티 브를 오로지 청각적 자극으로만 구현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 반된 입장을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리하지 못한 채 음악을 해오던 나날에 맞닥뜨린 사고는 이 두 개의 음악적 자 아를 아예 둘로 쪼개버리는 계기가 됐습 니다. 저로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 던 시기였죠. 창작의 씨앗이란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 루시드폴 음악인·농부, 그리고 화학자.2001년 Lucid Fall 을 시작으로2023년 Being-with 까지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와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약물 및 유전자 전달체를 연구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있다. 는 생각으로 이번 무대를 준비합니다. 사람들이 소리를 통해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인간-비인간 무 엇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향해 몸과 마 음을 기울인다면 더 건강한 아름다움 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locality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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