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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페이지 내용 : 익숙한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창문’ 같은 음악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 와 제 동료들이 ‘앙상블블랭크ensemble blank’라는 이름으로 추구하는 일은 언제 나 청각의 낯선 경험입니다. 듣는 이들 의 시간 감각을 흔들거나 생각의 경계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면, 그건 굉장히 정 치적인 일이자 동시에 시적인 일이기도 하겠지요. 정서적 공감보다는 감각의 각성을 목표에 둔 채 음악을 짓고 연주 합니다. 어떠한 음악을 처음 마주하는 일은 설레 는 일이기도, 낯설고 불편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해를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몸 이 먼저 반응하는 그 순간에 집중해보기 를 제안합니다. 그 안에서 어떠한 감각 이 깨어나는 찰나를 이르는 말이 바로 이 번 공연의 제목인 ‘원초적 기쁨’입니다. 언젠가 지휘를 끝내고 내려오던 때에 제 스승이 “재밌었나요?Was it fun?” 하 고 물었던 그 순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예술은 인생과 철학, 통찰, 고집과 감정 등 많은 것을 품어 야 하지만, 결국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낯선 어딘가로, 끊임없이 최재혁 작곡가이자 지휘자.2017년 제네바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고,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사이먼 래틀·던킨 와드와 함께 런던 심포니·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현재 앙상블블랭크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양의 전통음악인 클래식 음악을 문법 으로 한국의 전통음악가와 함께, 동시 대 관객을 만나게 됐네요. 이 거대한 시 차와 문화적 간극을 좁히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다시 균열과 마찰을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했 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리듬 개념, 해 석 방식, 호흡법 등이 충돌하면서 완전 히 새로운 감각이 피어나는 것을 경험하 고 있어요. 이질적인 것들을 정리해 내 놓기보다는 그 복합성과 다층성을 그대 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앙상블블랭크와 해금 연주자 주정현은 ‘몸의 소리’, ‘비언 어적인 기억’, ‘비정형적 체험’, ‘질감으로 의 리듬’ 같은 개념들을 두고 다양한 이 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작곡은 구조와 시간을 설계하는 행위이 기에 분석적인 태도로 임합니다. 지휘 를 할 땐 그 구조에 감정을 불어넣는 행 위를 하게 되고요. 앙상블의 리더로서 팀을 이끌 때는 비로소 완전한 음악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음의 흔들림, 숨소리, 멈춤 같은 모든 음악적 순간이 관객에게 물결처럼 스며드는 상상으로 저를 움직입니다. 06 SYNC NEXT, SEED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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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페이지 내용 : 인간은 문명을 이루기 전 원시 부족의 형태일 때부터 반복적인 리듬을 연주하 며 몰입을 위한 집단의 춤을 췄습니다. 고대 신화에서도, 전통 무속의 주술 문 화에서도 반복 리듬과 춤은 반드시 등 장하죠.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기 자신 을 몰입에 이르게 만드는 이러한 행위는 과거의 기억, 미래의 불안을 벗어던진 채 현재에 집중하게 도와줍니다. 현대 의 인류는 어느 때보다도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누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신 적으로는 가장 불안정한 나날을 보냅니 다. 가까운 미래에 테크노가 인간의 정 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예 술 장르로 평가될 거라 믿어요. 공간이자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테 크노 클럽 벌트vurt.를 10여 년간 운영하 며 기획자로, 프로듀서로, 디제이로 활 동해왔습니다. 각각에 필요한 능력과 에너지가 다르기에 ‘모드 스위치’가 쉽 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는 여러 역할을 각각 독립적으로 감당하 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소화할 수 있 다는 장점이 있어요. 제가 퍼포머로서 공연을 하는 것은 기획자로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이고, 기획자로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클럽 벌트를 운영 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벌트를 운영 하면서 신scene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 을 고민하다보면 그 생각이 다시 퍼포먼 스·기획·운영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맡 은 모든 일이 관성을 가지고 순환하듯 이뤄져요. 이것이 제가 예술가로 활동 하는 방식입니다. 사운드에 깃든 세련된 아름다움을 발견 하고 테크노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테크노가 댄스음악 중에서도 순간의 몰 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설계된 음악으로 이해하게 된 건 아주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클럽과 춤에 관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법적인 제한 까지 있어 클럽을 운영하며 예술가로서 의 발전을 지속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 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개선할 방 법을 찾는 일이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저와 제 동료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럽 벌트는 초창기부터 언더그라운드 라는 운영 방식을 정착시키는 일에 집 중했습니다.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문 화예술이 순수성을 잃고 변질되는 흐 름을 문제로 인식하고, 강한 실험성을 유지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어요. 외부 와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상업적 인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게 중요 한 원칙이기에 폐쇄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예술 그 자체가 지닌 생명력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 니다. 지난 10년간 이러한 정신을 꾸준 히 지켜온 덕에 마침내 서울에 ‘테크노 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별한 환경이 조성됐어요. 서울뿐 아니라 도쿄·런던· 베를린·마드리드·포르투 등 세계 곳곳 에 숨겨져 있는 장소에서 벌트 10주년 을 기념하는 언더그라운드 투어 파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업체eobchae와 함께 만드는 벌트 의 새 무대는 ‘공연’과 ‘파티’의 경계에서 시작합니다. 관객이 공연자를 감상하 는 게 ‘공연’, 직접 주체가 돼 춤을 추는 게 ‘파티’라면 이번 무대에서는 공연을 관람 하던 관객이 점점 파티의 주체로 바뀌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패턴’과 ‘그루브’가 각자의 몸에서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궁 극의 몰입 경험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몰입의 끝에서 만나는 나 유준 2000년대 초반 서울에서 디제잉을 시작했고,2010년 즈음부터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기획과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벌트vurt.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렉터, 실험음악/앰비언트 레이블 꿈kkum의 큐레이터, 그리고 ‘Djilogue’라는 이름으로 디제이/라이브 활동을 하고 있다. sensibility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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