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세종문화회관

<도시경관(都市景觀)>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를 소재로 작업하는 세 사진가 고병선, 이재훈, 이익재의 그룹전으로 기획되었다. 사진가의 렌즈로 바라본 도시 풍경을 통해 현대 도시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작가들의 시대 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고병선의 <수인선 보고>는 폐선된 수인선 철로 주변 풍경을 통해 도시의 역사와 현실을 조망한다.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협궤열차였던 수인선은 한때 경기만 인근 주민들의 주요 이동수단이었으나, 도로교통의 발달과 산업화 등 도시의 변모로 제 기능을 잃고 1995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되었다가 2020년 전철로 재개통되었다. 작가에게 수인선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자 도시 개발로 변해 가는 것들에 대한 상징물이다. 작가는 수인선을 매개로 도시 개발에 얽힌 이해관계들을 드러내고 그 가운데 도시가 잃어 가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이재훈은 도시 속에서 발견한 일종의 ‘틈’, 경계의 순간에 주목하여 익숙한 공간에 균열을 내고 일상의 이면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쪽과 저쪽, 안과 밖,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 짓는 경계를 <중간계>라 명명한다. 경계는 너와 나를 나누는 구분선이지만 동시에 이질적인 대상들 간의 연결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끊임없이 이곳과 저곳 사이를 헤매는 중간자가 되기를 자처하며 사물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일상에서 보이지 않던 ‘저 너머’의 세계를 들춘다.

이재훈이 익숙한 도시가 문득 낯설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면 이익재의<환상도시>는 낯섦을 극대화한다. 이익재에게 도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공간이다. 도시가 현실이면서도 환상적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요인을 이익재는 대도시의 화려한 야경에서 발견한다. 거대한 상업적 상징물들이 저마다 몽환적인 빛을 내는 풍경을 생경하게 제시하여, 이 모습이 과연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가 맞는지 묻는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은 감축 운행을, 공원과 광장은 집합 금지를 시행하며 도시의 본래 역할과는 반대로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다. 이 ‘잠시 멈춤’의 기간 동안 앞으로 우리는 어떤 도시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 작가소개 

고병선(KO BYUNG SUN) - blog.naver.com/kbs32x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하였으며, 2005년부터 5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개최하였다. 작업은 대형카메라를 이용한 다큐멘터리 사진형식과 함께 전통 흑백 사진이 가지고 있는 영역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2020년에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 활동지원 사업에 선정 개인전과 사진집을 발간하였다.

이재훈(LEE JAE HOON) - www.leejaehoon.com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였으며, 2007년부터 4번의 개인전을 통해 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오고 있다. 사람과 도시 사이에 끼어 있는 중간(中間)또는 중립적인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사색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익재(LEE IK JAE) - www.leeikjae.com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디자인 공예학 박사(사진) 수료까지 마치고 다방면의 작업을 하며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8번의 개인전을 했으며, 주로 도시에서 보여줄 수 있는 소재들로 시각 이미지를 담아서 보여주었다. 이익재의 작업은 낯익은 것이 낯선 것으로 뒤바뀌게 하는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탐구하고 도시의 이중성이 보이는 환상을 보여주려고 한다. 도시 작업 외에도 번외로 Eternal emotions by Hawaii라는 주제로 Hawaii를 작가적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 사진 전시, 사진 책, 여러 회사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